
freya's blessing
#버크섬의_봄
드래곤 길들이기 봄 합작
주최 솔잎 @fine_l2f
수상한 선물
- 걸어서 버크속으로 -
랄라
@heani0505
* 실사 1편 이후, 히컵과 아스트리드가 사귀는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안녕, 난 히컵.
버크 섬 족장의 아들이자,
세계에서 한 마리밖에 남지 않은 나이트퓨리의 친구이다.
비록 그 나이트퓨리는 지금......
“오, 안 돼 안 돼 안 돼. 세상에 투슬리스!”
비틀, 쿵
쾅
우당탕탕 와르르
“아이고.”
뭘 잘못 먹었는지 지금 저 모양으로 몸도 잘 못 가누고 있지만 말이다.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사실 의심 가는 게 하나 있긴 하다. 저 앞에 파헤쳐진 초콜릿 박스.
어젯밤에 아스트리드로부터 받고 나서 지금까지 우리 집에 다른 누군가가 온 적이 없으니 분명 투슬리스가 호기심에 열어서 먹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이 초콜릿을 먹으면 안 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지.......
아니면......
“내가 아직도 드래곤에 대해 모르는 게 있을 수도 있지....... 아 투슬리스!”
생각에 빠질 새도 없이 투슬리스가 또 비틀거리다 굉음과 함께 자빠진다.
아무래도 집 안에 계속 뒀다가는 살림살이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우선은 집 밖으로 내보내야겠다 싶어 문을 열고 힘겹게 투슬리스를 일으켜 세웠다.
“끙. 투슬리스 일어나. 일단 나가자. 뭐가 문제인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네 침대에서 꼼짝 않고 쉬는 거야, 알겠지?”
녀석은 알겠다는 듯이 그르렁거리며 꼬일 듯한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이서 본 눈동자가 초점 없이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속이 약간 착잡해진다. 어디 크게 잘못된 게 아니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당장 도움을 구할 사람을 찾아야겠다.
투슬리스를 잘 눕히고 눈을 감는 것까지 확인한 나는 곧장 마을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여, 히컵. 좋은 아침이구나.”
마을 아저씨들이 정겹게 반겨 주지만 오늘은 화답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곧장 이곳에 온 목표부터 말했다.
“피쉬레그 여기 있어요?”
내 물음에 아저씨들이 나보다 높은 시야로 마을회관을 휘휘 둘러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여기는 없는 것 같은데? 그럼 아마 투기장에 있겠...... 어이쿠.”
그래, 걔가 여기 없으면 당연히 투기장에 있겠지.
아저씨의 말을 끝까지 들을 새도 없이 발걸음을 돌려 회관 밖으로 달려나갔다.
“조심히 가렴, 히컵!”
등 뒤로 아저씨들의 배웅이 들려오는 듯했으나 내게 닿지 못하고 사그라진다. 바쁘게 계단을 내려가는 내 철컥거리는 발소리만이 귓가에 맴돈다.
투기장까지 갈 길이 멀었다. 드래곤을 타고 간다면 굉장히 금방인 거리지만, 드래곤 없이 걸어서 가려면 다리를 건너 돌아가야 한다.
드래곤 없는 삶은 벌써 이렇게나 불편했다.
‘누가 태워다 주면 좋겠네.’
이런 내 속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건지, 때마침 바프와 벨치 위에서 투닥대는 쌍둥이가 보였다. 기회다 싶었던 나는 서둘러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 봐, 터프넛과 러프넛!!!! 여기 좀 내려와줘!!!”
쌍둥이가 소리를 들었는지 목을 높이 빼며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나를 발견하곤 이쪽으로 내려온다.
“뭐야, 히컵.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맞아 맨날 붙어 다니던 네 멋진 파트너는 어쩌고.“
쌍둥이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야 할까 고민해 보았으나, 역시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게 말이지, 음, 사정이 있어. 그보다 나 좀 투기장까지 태워주지 않을래?”
이 정도는 손쉽게 수락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는 다르게, 쌍둥이는 콧소리를 내며 뜸을 들인다. 누가 봐도 뭔가 요구사항을 꺼낼 것 같은 모습에 나는 한 발 앞서서 우회책을 썼다.
“좋아, 버크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터프넛과 러프넛? 너희가 나를 데려다 준다면 참 고마울 거야, 나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고. 너희의 명성이 버크를 넘어서 알려지게 될지도 모르지. 어때?”
잠자코 듣고 있던 쌍둥이가 내 입에 발린 소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더니 건들거리며 바프와 벨치 위로 자리를 잡았다.
“뭐, 좋아. 특별히 태워주지.”
“이 뒤에 앉아.”
나는 터프넛의 턱짓에 따라 그의 뒤로 올라타 앉았다.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시원하게 몸 주변을 감싸는 공기가 느껴지더니 순식간에 투기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역시나 투기장에 있는 피쉬레그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피쉬레그 앞에 내려줄래?”
내 손짓에 쌍둥이가 고개를 끄덕이곤 피쉬레그를 향해 내려갔다. 지면이 가까워지자, 나는 바프와 벨치가 제대로 발을 땅에 딛기도 전에 훌쩍 뛰어내렸다.
“피쉬레그!”
다급한 내 외침에 피쉬레그가 놀라서 나를 돌아본다.
“히컵! 무슨 일이야?”
“너 혹시 드래곤이 초콜릿을 먹으면 안 되는지 알아?”
맥락 없는 내 질문에 피쉬레그가 당황한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그런 말은 전혀 들어본 적 없는데.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아, 그게 말이지. 실은, 음. 투슬리스가 우리 집에 있던 초콜릿을 주워 먹은 거 같은데, 그러고 나서 애가 좀 상태가 이상해서.”
“뭐야, 히컵. 웬 초콜릿이지? 네가 평소에 그런 걸 즐겨 먹는 편도 아니었잖아.”
내가 피쉬레그에게 설명하는 것을 들은 쌍둥이가 별안간 끼어들었다. 평소에도 웃는 표정이던 러프넛의 얼굴이 오늘따라 더 웃음기를 머금었다.
"그냥 집에 있던 거......."
"정말? 누가 들으면 서운해 하겠는데?"
히죽거리며 얼굴을 들이미는 러프넛의 기세를 보아하니 부끄럽다는 이유로 얼버무리는 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사실대로 실토했다.
“그래, 맞아. 어젯밤에 아스트리드가 줬어.”
그 말에 휘파람을 부는 터프넛과 헛숨을 삼키는 피쉬레그의 반응이 엇갈렸다.
“그, 그러면 아스트리드가 준 걸 먹고 투슬리스가 이상해졌다는 거야? 아스트리드가 드래곤에게 위험한 걸 주진 않았을 텐데......?”
어리둥절해하는 피쉬레그의 옆에서 러프넛이 팔짱을 낀 채 혀를 찬다. 아무래도 역시 러프넛은 뭔가를 아는 눈치다.
“러프넛, 너 뭔가 알지? 뭔데 그래?”
내 추궁에 러프넛은 나를 질책하듯 입을 열었다.
“그야 그거 뱀장어가 들어간 초콜릿이니까 그렇지, 이 멍청아!”
그러나 나는 러프넛의 그 말에 더 영문을 모르겠는 기분이 되었다.
“뱀장어? 뱀장어가 초콜릿에 대체 왜 들어가......?”
“몰라. 아스트리드가 동쪽에서 온 부족 아줌마들한테 뭘 듣더니 만들더라고. 직접 물어보든가.”
땋아내린 머리카락 타래를 빙빙 돌리던 러프넛은 얼굴을 잔뜩 구겼다.
“덕분에 나도 엄청 고생했지 뭐야. 그 맛없는 걸 먹을 만하게 만들 때까지 계속 먹어 봤어, 웩."
"우~ 용케 살아있네 러프넛?"
"왜, 네 것도 받아와서 먹여줄까? 이 얼간아."
"미쳤냐? 내가 그걸 왜 먹냐?"
여느 때처럼 투닥거리는 쌍둥이를 뒤로 한 채 나는 피쉬레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투슬리스는 지금 뱀장어를 먹은 상태......라는 거네?"
피쉬레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원래는 먹은 걸 토하게만 해도 괜찮아지긴 할 텐데. 언제 먹은 건지도 모르겠고 초콜릿 형태라서 더 빠르게 소화되고 흡수됐을 것 같기도 해서 무작정 토하게 해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그렇다면......."
"드래곤수두 약이지. 내 집에 몇 개 여분이 있을 거야."
안도감이 밀려왔다. 지금 이 순간 피쉬레그가 누구보다 든든해 보였다.
당장 급한 투슬리스의 안위가 해결되니, 이제 또 다른 일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러프넛의 말.
그건 분명 아스트리드가 주고 간 선물에는 무언가 의도가 있었다는 뜻이다.
'뭐지, 사실 암살 시도였던가? 나 아스트리드에게 뭔가 잘못한 게 있나?'
......어쩌면 당장 아스트리드에게 사과부터 하러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쉬레그, 미안하지만 네가 투슬리스 좀 봐줄 수 있어? 나는 아스트리드에게 가봐야 할 것 같아."
"오, 그래. 알겠어. ......잘 해결되길 바랄게."
피쉬레그의 눈빛에서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니 얘도 대충 나와 비슷한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목 끝까지 차오를 것 같은 딸꾹질을 삼키고 이동을 위해 쌍둥이를 불렀다.
"터프넛, 러프넛! 그만 싸우고. 이번엔 아스트리드를 찾아서 데려다 줬으면 해."
쌍둥이가 은근한 미소를 띄우려는 찰나, 나는 또 선수를 쳤다.
"안 그러면 아스트리드가 우리 모두에게 제2의 야크노그를 먹일지도 모르겠거든."
효과는 역시 굉장했다.
"끔찍해."
"상상도 하기 싫어."
질려버린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쌍둥이는 쉽게 나에게 뒷자리를 내주었다.
"투슬리스를 부탁해. 고마워 피쉬레그!"
나는 바프와 벨치의 날개짓과 함께 한 번 더 피쉬레그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피쉬레그가 행운을 빌어 주는 모습이 보였다.
*
아스트리드는 부화장 근처에서 찾을 수 있었다.
봄을 맞이하는 따스한 햇살 아래 어린 드래곤들에게 둘러싸인 그 모습이 싱그럽고 아름다웠다.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짓는 웃음은 더......
"뭐야, 히컵. 네 드래곤은 어쩌고 쟤네랑 같이 타고 와?"
나와 아스트리드 사이로 스낫라웃이 끼어들자, 미세하게 얼굴이 찡그려졌다. 한창 좋았는데 이 자식이.
"얘 드래곤 아프대."
"뱀장어 먹었대."
"아스트리드가 먹였다나봐."
나보다 한 발 앞서서 설명을 늘어놓는 쌍둥이의 말에 아스트리드가 황당해했다.
"뭐? 나 그런 적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왜 그러겠어?"
"하지만 네 초콜릿......"
"잠깐, 잠깐만. 아스트리드랑 내가 따로 얘기할게."
분명 내가 사과하러 온 건데 이러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서 황급히 사람들의 말을 끊었다.
"가자, 아스트리드."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아스트리드를 데리고 갔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고 나서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나 확인하는 와중, 아스트리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미안해, 못 들었어. 아스트리드, 뭐라고?"
"별 거 아냐. 그보다 아까 터프넛과 러프넛이 한 말...... 설마 내가 어제 준 거 투슬리스가 먹었어?!"
고개를 끄덕이자 아스트리드가 탄식을 내뱉었다.
"미안해, 히컵."
"미안해."
"응?"
"어?"
서로 말이 겹치며 얼빠진 소리가 났다. 바보 같이 눈만 껌벅이다가 아스트리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넌 대체 뭐가 미안한 건데 히컵?"
원래는 내가 모르는 내 잘못이 있는 줄 알고 일단 무조건 미안하다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아스트리드의 반응을 보니 그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나한테 화난 게 있었던 거 아니야?"
아스트리드는 짧게 건조한 웃음을 터트리더니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 그게 말이지......."
큰일 났다. 이 질문이 나온 이상 이유를 제대로 맞추는 경우 빼고는 무사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원래 계획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가 다 미안해, 아스트리드."
아스트리드는 한숨을 한 번 푹 내쉬더니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히컵, 나 너한테 화 안 났어. 그런데 지금은 약간 나려고 해. 설마 내가 너한테 화가 나서 일부러 투슬리스를 아프게 하려고 선물을 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절대 아니야! 네가 그럴 리는 없잖아! 오히려......."
"오히려 뭐?"
아스트리드의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전에 먹어본 야크노그의 맛을 생각하면 그냥 그 초콜릿 자체가 나를 괴롭히려는 용도이고, 오히려 애먼 투슬리스가 피해를 본 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말은 꺼낼 수 없었다. 어떻게든 말을 돌려야 했다.
"러프넛에게 듣기로는 네가 초콜릿에 뱀장어...를 넣었다던데...... 일반적인 레시피는 아니니까... 뭔가 다른 게 있나...... 싶어서 그랬던 거야."
최대한 얼버무리면서 아스트리드의 눈치를 살짝 보니, 예상 외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아, 그거...... 그치 다른 게 있는 건 맞는데 음......"
시선이 자꾸 먼 산을 보고, 발 끝을 툭툭 치고, 옷자락을 만지작거리고.
무언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데 그게 대체 무엇인지 도통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아스트리드?"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며 손을 잡자, 아스트리드는 깊게 나와 눈을 마주쳐 왔다. 한참이나 서로의 눈에 상대의 눈을 담고 나자 결심이 섰는지 아스트리드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히컵, 오늘 저녁 시간 어때? 데이트하자."
"좋지."
"그리고 자고 가."
"커흡, 무, 뭐?"
아스트리드의 집에 놀러가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자고 가라는 적은 처음이라 사레부터 걸려버렸다.
그런 나에게 씩 웃어보인 아스트리드는 어느새 스톰플라이 위에 올라타곤 외쳤다.
"해질녘에 프레야의 들판에서 보자!"
"뭐, 아니 잠깐만 아스트리드!"
붙잡으려는 시도가 무색하게 아스트리드는 나를 남겨두고 훌쩍 날아가버렸다. 뒤로 흩날리는 머리카락 아래 드러난 귓가가 불그스름했다.
얼굴이 홧홧하게 타올랐다.
"대체 무슨 폭탄 발언을 던지고 가는 거야, 아스트리드......."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음과 동시에 다른 생각도 하나 머리에 떠올랐다.
나 지금 투슬리스도 없는데 이렇게 냅두고 가면 거기까진 어떻게 가라는 거야, 아스트리드......